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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취미 뜨개질

2025년 4월 7일 · knitting

취미로 뜨개질을 시작한지 3개월이 지났다. 직장동료랑 스몰토크를 하다가 코바늘 뜨개질 얘기가 나왔고, 그 때 노잼시기였던 터라 곧바로 관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다육식물을 이쁜실로 떠볼 생각에 신나서 곧바로 필요한 재료를 구매해서 단숨에 다육이 하나랑 선인장을 완성했다.

나는 실은 초등학교 4학년때 뜨개질을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뜨개질 선생님께 배웠었는데 지금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전으로 선생님 없이 혼자서 내가 원하는 작품을 뜰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목도리 외에 장갑이나 스웨터같은 입체적인 작품을 뜰 엄두를 못했었지만 다시 해보니 그닥 어렵지 않고 재밌어서 이제는 주로 입체적인 작품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뜨개질을 하면 싸게 실을 구매해서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이라 생각해서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웨터 하나를 뜰 때 들어가는 실은 최소 4타래정도 되고 좋은 실로 만들 경우 10만원은 기본으로 들어간다. 돈만 생각하면 값이 싼 실을 쓸 수도 있지만 나의 시간이라는 리소스가 말도 안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실도 비싼걸 쓰는 편이 낫다.

스웨터 제작 시간 비용

  • 전체 제작 기간: 3주 (총 21일)
  • 평일 (월~금): 15일
    • 하루 최소 2시간 작업
    • 총: 15일 × 2시간 = 30시간
  • 주말 (토,일): 6일
    • 하루 최소 4시간 작업
    • 총: 6일 × 4시간 = 24시간
  • 총 작업 시간:
    30시간 + 24시간 = 54시간
  • 최저임금: 10,030원

결론

총 541,620원의 시간 가치가 들어간 스웨터 가 나오게 된다.

뜨개질 작품 판매하시는 분들이 절대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신이 나서 여기저기 나 뜨개질한다고 떠벌리고 다녔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조용히 뜨개질할 것 같다. 내가 뜨개질을 한다고 했더니 뭐 하나 만들어달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음.. 만들어 달라고... 무슨 실로 어떤 도안으로? 누구 시간으로? 그 시간을 겪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신력이 들어가는지 모를 수 있다.. 라고 이해한다. 최소 만들어 달라고 했다면 언제 줄 수 있는지 재촉하지 말길.. 갖고 싶은게 있으면 차라리 돈으로 사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10만원 줄테니 그만 귀찮게 하라고 하고싶다. 내 주변에 뜨개 아가들이 있다면 이런 점을 염두해 두며 스몰톡을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계속 하는 이유

그냥 과정 자체가 열받으면서도 재미있어서 하게 된다.

슬라임 만지기, 피젯 토이 만지기 처럼 유투브나 ott 틀어놓고 생각없이 만들다보면 어느새 내가 갖고싶은 옷이 완성되는 것이 좋다.

기성복에서는 찾을 수 없는 디테일한 옷을 만들 수 있다.

이전에는 딱히 니트의 만듬새를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느정도 옷을 보면 공장에서 만들었구나 알아볼 수 있다. 니트 편물을 재단해서 이어붙인 방법과 직접 코를 주워서 바느질 자국 없이 만든 방법을 알게되니, 자꾸 그 부분만 보게되고 더 완성도 있는 옷을 갖고싶게 된다.

여러 뜨개 관련 플랫폼에서 만나는 능력자들

국내에는 doanity, 외국에는 ravelry, etsy 같은 플랫폼에서 여러 능력자들의 작품을 볼 수 있고 돈만 내면 패턴을 사서 똑같이 만들 수 있다. 쇼핑하는게 항상 재미있듯이 재미있는 옷 패턴과 실을 보다보면 정말 끝이 없다. 옷을 하나 완성하면 설레고, 다음에는 또 어떤걸 만들어 볼까 계획하는 시간도 재미있다.

유튜브

유튜브에서 잘못 떳을 때 대처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전에는 잘못 뜬걸 뒤늦게 발견했을 때 모든 전의를 상실했던 기억이 있는데 유튜브에 고수들이 왠만한 실수들을 커버하는 방법을 올려놓았다. 그래서 뜨태기가 올 틈이 없다.

또 여러 뜨개 유튜버들이 뜨개질에 대한 자신의 생각, 에피소드 뜨개질을 시작한 계기 등을 공유하는데 듣고있으면 재미있고 배울점도 많다.


취미부자인 나에게 오래할 수 있고 좋은 취미가 생겼다. 나에게 영향을 준 동료에게 너무 고맙다. 혹시라도 다음에 만난다면 잼나게 뜨개토크 해야지. 작품을 만들다 보면 추가적인 바느질이 필요할 때가 왕왕 있는데, 심사숙고한 후 재봉틀도 배워볼까 싶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디자이너인 비비안 웨스트우드도 20대 후반에 처음 재봉을 시작했다. 말도 안되지만 혹시나도 할 수 있을까? 라는 망상도 한다.

물론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이고 관련하여 엘리트 코스 유학을 마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안다. 누가누가 더 잘하나도 중요하지만 내가 계속 즐길 수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언갈 굉장히 잘 하는 사람도 부럽지만 요즘에는 몇년동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부럽고 멋져보인다.